경산 ‘육동 미나리’ 농가 마을에 골프장 추진···“친환경 미나리 다 망해”

용성면 가척리에 18홀 규모 회원제 골프장 조성 추진
올 들어 주민설명회, 공청회 개최 했지만 주민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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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미나리로 유명한 경북 경산 용성면 일대에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자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골프장 관리를 위한 농약과 다량의 물 사용은 지하수 오염, 농업 용수 부족을 가져온다며 걱정하고 있다.

(주)경산컨트리클럽은 용성면 가척리 산 34-1번지 일원에 18홀 규모 회원제 골프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면적은 진입도로 5,510㎡와 골프장 119만 8,184㎡다. 현재 농림지역과 보전관리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이를 체육시설을 지을 수 있는 계획관리 지역으로 용도 변경이 필요하다.

경산시(도로) 및 경상북도(용도지역, 체육시설)의 도시계획시설 승인과 함께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대구지방환경청 협의도 요청된다. 지난 2007년 사업자는 27홀 규모로 골프장을 추진했다가 도시관리계획 절차 중 미나리 농가를 비롯한 지역주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 경산시 용성면 가척리 산 34-1번지 일대 모습. (주)경산컨트리클럽은 이곳에 18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대구지방환경청은 사업자가 제출한 초안에 대한 의견을 냈고, 현재 사업자는 주민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자는 주민 의견 수렴 내용과 환경청 의견 등을 보완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해야 한다. 대구지방환경청 환경영향평가과 관계자는 “사업자가 초안을 바탕으로 주민 공람과 설명회 등을 진행하고 이러한 내용들을 반영한 본안을 제출하면 우리가 검토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업자는 골프장 인접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 등을 열었다. 지난 1월, 2월에 용성면(행정복지센터), 청도군(금천면사무소) 등에서 두 차례 주민설명회를 열었고, 지난달 13일 같은 장소에서 주민공청회도 진행했다. 공청회 이후 지난달 27일 청도 주민들은 승인기관인 경산시에 질의서를 보냈고, 사업주는 답변을 준비 중이다.

경산시 도시계획팀 관계자는 “청도 주민들 질의서 요지는 골프장 잔디 관리에 따른 지하수 부족과 수질 오염, 그리고 교통 혼잡 및 사고 위험 등에 대한 우려”라며 “사업주 쪽에서 좀 더 검토할 사항이 있다고 해서 다음 주에 함께 내용을 검토한 뒤 이후 답변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행 절차에 관해 “관계 법령을 검토하는 시 차원의 부서 협의는 끝났고,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며 “앞서 주민설명회와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정리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지 검토할 것이고, 그 이후에는 시의회 의견 청취와 경산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경상북도에 신청 절차를 거치게 된다. 최종 승인권자는 도지사”라고 설명했다.

▲ 용성면 가척리 마을 입구에 미나리단지 안내판과 함께 미나리 농가 및 용성면 이장협의회가 붙인 골프장 건설 반대 현수막이 보인다.

용성면 주민들 우려도 청도 주민들과 같고, 특히 친환경 미나리 농가의 걱정이 크다. ‘육동 미나리’는 2009년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는 등 육동마을은 친환경 미나리로 유명하다. 6개 마을이라는 뜻의 육동마을은 대종리, 용전리, 용천리, 가척리 등이고, 현재 미나리 농가는 15가구 정도다.

‘미나리영농조합’ 대표이면서 용천리 이장인 김두종 씨는 “골프장이 생기면 ‘친환경 미나리’ 이미지도 다 사라진다. 골프장 잔디 관리를 위한 농약 사용과 지하수 부족으로 물이 중요한 미나리 재배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그러면 육동행복마을이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 포도나 복숭아 등 동네에서 짓는 다른 농사도 골프장으로 인한 야간 조명 문제와 농업 용수, 오염 문제에서 무관하지 않다. 여기 농업이 다 죽는 것”이라며 “너무 막막하다. 우리를 바보로 아는 것 같다. 몇몇 사람들을 위한 골프장에 주민들은 생업과 터전을 바꿔야 할 판이다. 주민 서명이나 진정서 제출 같은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