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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2시 30분, 영천시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경주지부, 다이셀코리아지회(다이셀지회)와 ‘다이셀 일방폐업에 대한 재발방지 및 고용대책’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지자체가 외국인 투자기업의 폐업 이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건 드문 경우다. 영천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시장님이 직접 체결식에 참여해서 합의문 작성에 의지를 보이셨다. 세부 내용은 일자리노사과 등 관련 과에서 담당해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기문 영천시장, 정진홍 금속노조 경주지부장, 정민욱 다이셀지회 지회장이 서명한 합의서에는 ▲영천시 다이셀의 일방적 폐업을 반면교사 삼아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 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발의 ‘22.06.08. 의안 2115821) 법률에 부합하는 국내 노동자와 시민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마련에 상호 협력 ▲영천시 외국인 투자기업과 협약을 체결할 경우 사업중단 및 자본철수 시 회사는 지자체와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자에게 최소 6개월 전까지 통지해야 하는 내용을 협약에 포함토록 노력 ▲영천시는 다이셀 공장부지에 새로운 기업을 유치했을 경우 다이셀의 미취업 직원을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며 다이셀 직원의 생활 안정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비롯한 재취업과 직업 훈련, 창업 등의 활동에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진홍 금속노조 경주지부 지부장은 “협력, 노력, 지원 정도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이라 아쉬움이 많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거나 외투기업 유치를 담당하는 경제자유구역청의 입장이 담긴 게 아닌 상황에서 지자체의 역할엔 한계가 있다”며 “그럼에도 지자체가 협조적으로 재발 방지와 재취업에 대해 합의한 사례는 우리도 처음이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으나 외투기업이 폐업하면서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사실은 그대로이다. 앞으로 과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사후약방문식 해결책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핵심은 지방정부에 권한과 자금이 없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모든 것을 쥐고 있으니 지방정부가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이더라도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영천시와 다이셀코리아 해고노동자의 합의도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폐업이 결정된 뒤에야 움직였으니 사후약방문식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오 실장은 “다이셀코리아가 철수한 부지에는 외국인투자기업이 들어올 테고, 다시 먹튀를 한다 해도 막기 어려울 것. 결국 국회와 정부가 제도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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