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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풍력발전 취재를 주로 하고 있다. 경북에서 가장 많은 풍력단지가 몰려있는 경북 영양군을 찾아 주민들을 만났다. 인허가 및 담당 업무를 하는 영양군과 환경부 관계자 그리고 풍력사업자‧한국풍력산업협회와도 여러 차례 접촉했다. 풍력 취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양주민들이 대구환경지방청에서 10일 간 점거농성을 했다. 그때만 해도 풍력 취재가 계속 될지 몰랐다.
현재 88기(이중 14기는 행정구역상 영덕군)가 몰려있는 영양군의 풍력발전은 2년 이내 100기가 넘을 전망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제2영양풍력발전단지 10기와 인허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14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7년 대구지방환경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부동의를 받은 발전단지가 이번에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동의를 받은 것을 두고 반대주민들은 환경부를 규탄하고 있다.
이은주(정의당, 비례) 국회의원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협의의견을 내는 기관 중 하나인 환국환경연구원의 의견서를 공개하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제2영양풍력발전단지도 주민들의 반대 활동으로 당초 계획했던 규모 보다 적어졌고, 이를 해소하는데 많은 시간을 써야했다. 당국 관계자는 “특히 영양이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나뉜다”고 말했다. 반대하는 주민 외에도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취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재학 당시, ‘에너지 대전환’ 시리즈 기획에 참여했다. 해외 사례를 찾다가, 스페인 에너지기업인 악시오나가 2008년 영양군 일대에 처음 세워진 풍력발전단지(41기)를 세웠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풍력단지는 국제투자회사인 ‘맥쿼리’를 거쳐 2019년 삼탄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그때 이후 영양에는 풍력발전기가 계속 추가되는 중이다.
풍력발전기 수명은 20년인데, 이 수명이 다해가지만 여전히 이를 둘러싼 사회적 고민과 합의는 부족하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3월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주민수용성실’을 별도로 만들었다. 2020년에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을 근거로 발전사업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렇지만 발전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공신력 있고, 전문성 있는 공공기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 번 송전선로가 계통한 곳에는 추가 풍력발전기를 개설할 가능성이 크다. 또 좋은 사업 입지에는 이미 풍력단지가 만들어져 있는 상황이다. 입지에 관한 논란은 앞으로도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주민수용성과 환경 문제는 계속 반복된다. 반대 의견을 가진 주민들은 지자체와 환경부를 신뢰 있는 기관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업계 전문가 등은 전임 정부가 열심히 추진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반감이 있는데다, 원자력 에너지 확대 기조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 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할 역량은 역부족으로 보인다. 탄소중립과 환경 이슈가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는 더이상 하고, 안 하고의 단계가 아니다. 해야 하는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과거 스페인 신재생에너지를 취재했을 때, 풍력발전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퉜던 악시오나가 세계 10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사실을 확인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 하던 스페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그 원인으로 분석했다. 일관성 없는 정책 부재는 기업에만 악재로 드러나지 않는다. 사회적 고민과 합의를 담을 정부의 정책적 역량이 주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절실하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