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예배 참석 이주민 경찰 단속···필리핀 교민회도 부글부글

주한필리핀교민회 회장, "예배하는 교회 단속···외교 문제 우려"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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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국기를 든 이상복 주한필리핀교민회 회장이 달성경찰서 앞에 섰다. 일요일 교회 예배에 참석한 필리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수갑을 채워 출입국에 넘긴 경찰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필리핀 교민은 매주 교회에 가는 것을 기쁨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배하는 교회에 들어와 단속하면 이제 앞으로 교회는 어떻게 갑니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대사관이 필리핀 정부에 알리면 국가 간 문제도 되지 않겠습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종교 문제인데···” (이상복 주한필리핀교민회 회장)

▲이상복 주한필리핀교민회 회장(왼쪽)

15일 이 회장과 함께 대구 지역 목사, 신부 등 종교인과 이주민 단체 관계자 40여 명은 달성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이주민 단속에 항의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는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위원회,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필리핀교민회, 공동베트남대구경북모임, 성공회 서대구교회애은성당,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대구이주민선교센터가 함께 주최했다.

단속이 이뤄진 지난 12일 예배를 집전한 논공 필리핀 교회 라프 (RAF, 35) 목사도 기도회에 참석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교회에 들어와 수갑을 채우고 단속했습니다. 교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교우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배 장소에 경찰이 들어온 것에 대해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한 정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경찰은 최소한 예배가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기다렸어야 합니다.”

▲라프 목사(오른쪽)는 “경찰은 최소한 예배가 끝날 떄까지 기다려야 했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라프 목사를 포함해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당시 교회에 있던 이주민 대부분이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로 인해 위협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하고 있다. 12일 오전 11시 50분경 목사가 설교를 시작했지만, 동요하는 분위기 탓에 설교를 일찍 마치고 기도를 시작했으며, 12시 20분쯤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하고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반면 경찰은 오전 11시께 문서 위조를 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교회에 모여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교회 협조를 구해 12시 40분께 교회 내로 진입해 혐의를 확인했다며 교회 예배를 보장했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관련 기사=대구 경찰, 교회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기본권 침해”(‘23.3.13))

박성민 대구NCC 인권위원회 총무는 “설명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경찰에 권한이 있지만 이 문제는 단순하게 적법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며 “미등록 상태라 하더라도 인권이 있고 인권에는 종교의 자유도 있는데 교회에 가서도 단속되고 처벌되는 건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이관홍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신부는 “이번처럼 충격적 일은 처음이다. 종교의 자유는 기본적 인권이다. 종교의 자유는 이주민에게도, 국적이나 체류 자격을 불문하고 지켜져야 할 권리”라며 “인권 침해 현실이 슬프다. 큰 충격을 받은 형제자매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