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동 추락사고, 현장소장 작업 지시 정황 녹취록 공개

노조, "팀장에게 작업 위임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측, "조사에서 녹취 참고···안전조치가 없어 작업 지시 내렸을 리 없어”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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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노조)는 지난달 25일 발생한 대구 달서구 두류동 아파트 공사현장 추락사고를 두고 “추락방지를 위한 안전조치 미설치와 현장의 안전점검 없이 다음 공정이 진행됐다”며 노동부의 철저한 조사와 중흥토건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촉구했다. 원청은 ‘작업지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일 건설노조는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당일 아침 현장소장과 팀장이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유가족 뜻에 따라 고인의 발인은 3일 기준 9일째 미뤄지고 있다. (관련 기사 [인터뷰] “생신날이었는데···원인 규명·책임자 사과 없다면 발인 미룰 것” (22.11.01.))

▲3일 오전 전국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는 대구 달서구 두류동 아파트 공사현장 추락사고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안전은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관계당국이 이번 사고를 어떻게 수사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진심 어린 사과와 안전조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고가 난 현장의 원청사는 중흥토건, 전문업체는 성우건설로 사망자는 바닥공사 중 시스템 동바리 위 수평 작업을 하던 중 추락했다. 노조는 사고현장을 재현하며 현장에 안전시설물이 설치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장 초기에는 시스템 설치 작업자가 발판과 안전망을 설치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7월 사이 시스템 설치를 성우건설에게 맡긴 후 발판과 안전망 설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는 중흥토건 측이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시설물 작업을 축소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사고 현장을 재현하는 모습. 안전을 위해 발판과 안전망 모두 설치가 돼 있다. 사고 현장에는 발판과 안전망, 안전대 걸이시설이 모두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사망자는 안전조치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최상단에서 작업을 하다가 추락했다.

노조는 사고 당일 오전 7시 25분 현장소장과 팀장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원청사의 안전관리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소장이 팀장에게 “5동 멍에가 오늘 오전에 끝난다 카네요”, “5동이 급해, 6동 손놓고 가야 돼요”라고 지시한 내용이 당일 오전 있었다. 이어 팀장이 “점심 먹고 갈까요, 아님 내일 할까요?”묻자 소장은 “점심 먹고 가주세요”라고 당일 작업할 것을 지시했고, “시스템 발판 오늘 깔겁니다”라고 말해 안전시설물 미설치를 인지하고 있는 내용도 담겼다. 노조는 녹취록을 두고 현장소장은 “주차장에서 작업할 것을 지시했다”는 입장이며, 팀장은 “5동이 바쁘니 5동에서 작업하라 지시 받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소장과 팀장의 녹취록]
– 소장 : 예 팀장님
– 팀장 : 예 소장님 부장님은 왜 안나와요 전화도 안받고
– 소장 : 한번씩 발동이 걸립니다
– 팀장 : 그건 그렇고요
– 소장 : 네 저한테 이야기 하세요
– 팀장 : 5동이 멍에가 오늘 오전에 끝난다카네요
– 소장 : 예예
– 팀장 : 그러면 어떤게 급해요 우리가
– 소장 : 5동이 급해, 6동 손 놓고 가야돼요
– 팀장 : 그러면 점심 먹고 갈까요 아님 내일 할까요
– 소장 : 점심 먹고 가주세요
– 팀장 : 네 알겠습니다
– 소장 : 안 그라면 지금은 주차장은 작업해도 되니까 바로 가보시던가
– 팀장 : 아니면 시작해가지고
– 소장 : 아니면 팀장님 뜻대로 하십시오
– 팀장 : 네 알겠습니다.
– 소장 : 발판도 오늘 깔거거든요
– 탐장 : 발판요?
– 소장 : 네 시스템 발판 오늘 깔겁니다
– 팀장 : 네
– 소장 : 중간중간 저한테 전화주세요
– 팀장 : 네. 알겠습니다.

현장 5동의 1호는 발판이 70~80% 설치돼 있었으나 사고가 난 2호는 추락방지 안전조치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는 원청도 인정하고 있지만, 안전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작업지시도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1호 현장과 2호 현장의 안전조치 차이가 있으나 현장에서는 ‘1호 세대, 2호 세대’ 같은 구체적인 지시는 관행적으로 내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조는 사고 직전인 오전 10시경 5동 2호 상부에 다음 공정인 각파이프와 투바이가 올라온 상황, 즉 다음 공정이 준비된 상황을 두고 ‘회사 측이 노동자가 사고 현장에서 작업 중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노조는 “(녹취록에 따르면) 원청 측 관리감독 책임자인 소장이 최종적으로 형틀팀장 뜻대로 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안전시설물이 설치되지 않은 걸 알고 있었음에도 작업을 지시하고, 형틀팀장에게 작업을 위임한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원청인 중흥토건 측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중흥토건 관계자는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입장을 밝힐 수 없다. 해당 녹취록에 대해서도 (회사가) 확인하지 못했으니 특별하게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조사 과정에서 녹취 등이 참고가 되겠지만 안전매뉴얼에 맞춰, 안전조치가 안 돼 있는 곳에 작업 지시를 내렸을 리 없다. 우리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관리과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아직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단계다. 목격자가 없고, CCTV영상이 있어도 그 구간이 찍힌 게 아니라 참고인 조사와 서류 검토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사건마다 다르지만 조사기간은 평균 반년 정도”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